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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정겨운 똥꼬양이들의 하루를 보며


도심에서 살다가 시골에 오게되면 시끄럽고 빠르게 흘러가는 도심에서의 삶은 언제 있었냐는 듯 느리게 시간이 흘러간다. 맑은 공기와 차량 지나가는 소리마저 없는 이 곳에서의 도로는 그저 시골 똥꼬양이들의 안락한 침대역할을 해준다. 처음에는 가다가 고양이 한마리가 차에 치인 줄 알았지만 여기서는 차량 한대도 지나가지 않는 곳이라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도심 속에서 찌들어 살다보니 길고양이들이 도로에 드러누워있다면 대번에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골의 똥꼬양이는 그저 일광욕을 하다가 너무 몸이 뜨거워져서 도로변에 누운 것일 뿐이다. 고양이들에게 있어서 일광욕은 비타민 D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생존본능이다.



내가 알고 있는 도심 속 길고양이들은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제한적이다 보니 비타민D가 결핍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몸의 청결상태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불안감, 우울증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길고양이들의 모습이다. 


비타민D는 고양이에게 있어서 삶의 이유라고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D의 역할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혀주고 상처가 생기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이를 이길 수 있는 힘을 제공해준다.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어류나 계란 노른자 등을 통해 비타민D를 섭취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타민D를 얻기 위해선 일광욕이 꼭 필요하다.



시골 똥꼬양이들의 이러한 모습은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그저 자신의 할 일에 충실할 뿐 사람들에 대한 불안감 등이 전혀 없었다. 일광욕을 마친 시골집 신사 똥꼬양이는 배가고파 먹이를 찾아가는지 풀 숲으로 들어갔다. 



시골 똥꼬양이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고양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뛰어난 사냥실력을 바탕으로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설치류나 곤충 등을 사냥할 것이다. 동물의 내장기관과 뇌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타우린을 찾아 똥꼬양이들은 똥꼬발랄하게 사냥감을 자유롭게 찾아다닌다.


 


하지만 도심 속 길고양이들은 이렇게 똥꼬발랄하게 사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도심의 길고양이들에게 있어서 사냥이란 단어는 그저 빨리 죽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길고양이들이 한 번 사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존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찾아 해메는 길고양이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먹이를 찾아 궁둥이를 씰룩대는게 조금 민망한 지 한두번씩 힐끔힐끔 처다보았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분들이라면 알겠지만 고양이는 사냥할 때 모습은 매우 재미있다. 고개를 최대한 낮추고 동공이 확대되며 빠르게 튀어나갈 수 있도록 궁둥이를 씰룩대며 탄력을 받는다. 이렇게 궁둥이를 좌우로 씰룩대면 좀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람으로 보면 멀리뛰기 할 때 준비자세를 갖는 것과 같다.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 천천히 걸어 시골집으로 향했다. 시골에서는 언제나 그러하듯 화장실이 재래식이다. 낮에는 볼 일을 보기 괜찮은 편이지만 왠지 밤에는 각종 귀신들이 나와 나를 괴롭힐 것만 같다. 뒷 마당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는데 거기서 아까보았던 턱시도 신사 똥꼬양이를 만났다. 



턱시도 신사 똥꼬양이 옆에는 두마리의 치즈 똥꼬양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두 똥꼬양이들도 마치 자기집 안방마냥 길바닥에 들어누워서 잠을 청하였다. 서로 만담이라도 하듯 셋이 모여서 여유있는 하루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여러생각이 들었다. 간혹 고양이가 독립적이고 외로움을 많이 타지 않는 동물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정확하게는 고양이들의 사냥이 독립적인 느낌을 받아서 그렇다. 예전부터 단체로 사냥을 해오던 사람과 강아지는 위계질서와 리더에게 명령을 하달 받는 등 사냥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칭하는 사람이나 강아지와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사냥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독립적이고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라고 고정관념을 주게된다.



고양이들에게 있어서도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 서로 모여서 그루밍도 해주고 같이 잠도 자고 자유롭게 바라보곤 한다. 고양이들도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슬픔도 가지고 있다.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건 말이되지 않는다.


또한, 도심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삶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할 뿐만 아니라 먹이도 부족하고 길고양이의 밀집도도 상당히 높다. 사람들에게 제한적인 식사를 주고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이를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사람들도 독립적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행동하며 서로를 노려보고 자신의 영역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턱시도 신사 똥꼬양이는 시체처럼 널부러져 자는게 특기인가보다. 심지어 같이 있던 치즈 똥꼬양이도 놀랬는지 턱시도 신사 똥꼬양이를 유심히 처다본다. 넓은 들판과 따사로운 햇빛 그리고 여유있는 시간을 느끼게 되는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똑같은 것 같다. 고양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은 필자로 하여금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도심 속의 길고양이들은 사람들과의 공존이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고양이가 발정이 났을 때의 콜링[각주:1] 등 사람들에게 소음문제와 위생문제를 준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고양이들의 개체수를 낮추기 위해 TNR[각주:2]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시골의 똥꼬양이들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계속 바라보고 있는 필자를 향해 한 치즈 똥꼬양이가 다가왔다. 맨날보던 시골사람들의 냄새가 아닌 다른 느낌이 들었는 지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이다. 다른 동물들도 어느정도 호기심이 있지만 고양이들은 유독 호기심이 매우 강해 특이한 행동을 보이곤 한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툭툭 처볼 정도로 호기심이 많다보니 그 호기심에 죽어가는 작은 동물들도 많다.



고양이들도 사람과 동일하게 모두 성격이 다르다. 3마리의 시골 똥꼬양이 중 유독 한마리가 사람에 대하 관심이 많았다. 가까이 있어도 별다른 경계심도 없고 먼저 호기심에 다가오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도심의 길고양이들은 사람만보면 도망가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호기심에 살짝 처다는 보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길고양이들에게 있어서 사람들은 매우 위험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모두가 나쁜 건 아니지만 걔 중 길고양이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주는 인간들이 있다. 이러한 인간들을 보고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찍고 있는 카메라에서 소리가 나는게 신기한 지 귀를 쫑긋세우고 유심히 처다본다. 시골의 똥꼬양이들에게 있어서 카메라의 소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찰칵찰칵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똥꼬양이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농작물의 해가 가해지는 설치류나 곤충, 조류 등을 잡아먹기 때문에 시골에서의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좋은 존재로 다가온다. 똥꼬양이들도 주변에 널린 신선한 사냥감을 먹지 구역질나고 썩어가는 쓰레기통의 음식물을 뒤지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볼 때 모든 원인은 다 사람에게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똥꼬양이들은 사람과의 공존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는 반면에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흉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유독 도심 속의 고양이는 계속 늘어만가는 느낌일까? 그건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끝까지 책임지고 마지막 날까지 생을 함께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키우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버려지는 고양이들도 늘어만간다. 또한, 무분별한 번식을 유도하는 것도 개체수를 늘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길고양이들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제들이다. 시골 똥꼬양이들을 보면서 사람들도 배워갈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고양이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걸 원하지만 사람들은 고양이를 자신의 편리에 의해 이용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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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콜링: 암컷 고양이가 발정 중 특유의 울음소리로 수컷 고양이를 찾는 현상 [본문으로]
  2. TNR: 고양이를 포획-중성화-방사를 하는 개체수를 줄이는 활동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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