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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내 고양이 이빨 별 일 없겠지?

고양이를 키우면서 신경써야 될 부분이 많이 있다. 먹이부터 시작해서 털관리, 대소변관리는 모든 집사들이 일상화되어 있을 만큼 평상 시에도 관리를 잘해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관리는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데 바로 '고양이의 이빨'이다.


고양이의 이빨은 송곳니와 어금니로 나뉘며 송곳니는 생후 5개월부터 이갈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7개월 정도가 되면 모든 이빨이 빠지고 영구치가 생긴다. 이갈이 전에는 치아관리를 소홀히해도 좋지만 영구치가 되고 난 이후로는 치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의 치아관리가 필수인 이유는 '치아흡수병변'이라는 질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흡수병변은 면역계의 이상으로 면역계가 치아를 공격하여 뿌리부터 치아가 녹아내리는 질병이다. 치아흡수병변은 고양이가 잘 걸리는 10대 질병 중 하나이며 고양이가 아프다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과하다가 모든 이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우선 시중에서 파는 고양이 전용 치약을 구매해야한다. 고양이 치약의 경우 VOHC(Veterinary Oral Health Council)마크가 붙어있는 미국 수의치과의사 협회 공인 인증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오프라인을 통해 고양이 치약을 구매한다면 이 마크를 확인해봐야 한다. 치약의 경우 양치질을 해주는 치약과 묻히기만 하면 되는 치약이 있지만 양치질을 해주는 치약이 효과가 더 좋다.


고양이 치약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기호도'이다. 고양이의 경우 아무리 맛있어보이는 사료라도 안 먹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입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약의 맛이 가장 중요하며 만약 치약의 맛을 싫어한다면 양치질은 매우 어려워진다. 사람을 예로 들면 어른이 쓰는 매운맛 치약을 억지로 넣어 양치질을 하게 하는 것과 같다.



대부분 닭고기의 향이 나는 치약맛을 선호하는 편이다. 필자의 버박치약의 경우 바닐라맛과 닭고기맛 두개를 구매해보았지만 바닐라맛은 냄새도 맡지 않을 정도로 기호도가 낮았다. 치약을 구매했다면 이제 칫솔이 필요하다. 칫솔의 경우 고양이 전용 칫솔을 쓰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집에 고양이 전용 칫솔이 없다면 미세모로 된 부드러운 유아용 칫솔이나 어금니칫솔을 사용해도 좋다.


기호도가 높은 치약이라면 뚜껑을 열자마자 고양이가 냄새를 맡고 바로 집사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치약을 꾸욱 짜서 적당량 칫솔에 묻힌 후 한손으로는 고양이의 얼굴을 살포시 잡고 반대편 손으로는 칫솔을 잡아 고양이 송곳니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밀고 들어간 다음 송곳니를 아래로 쓸어 내리듯이 닦아주면 된다. 칫솔의 길이가 긴 경우 사진과 같이 짧게 잡아 사용해주면 편하게 이빨을 닦아줄 수 있다.



기호도가 중요하다는 점은 칫솔질에서 드러난다. 고양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려하지 않는다. 강아지의 경우 싫어하는 경우에도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편이지만 고양이는 절대 그런게 없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상황이 된다면 양치질은 더 어려워진다. 양치질이 '재밌고 맛있는 걸 먹는다'라고 인지시켜주어야한다. 처음부터 기호도가 나쁜 상황에서 첫 양치질을 시작하면 고양이는 양치질은 싫은 상황이라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우리집 은비는 닭고기맛이 맛있는지 양치질을 매우 좋아한다. 양치질을 하는 와 중에도 열심히 닭고기맛 치약을 핥아대느라 정신이 없다. )


미국 동물병원 의사 협회 Thomas Chamberlain 박사님의 보고서에 따르면 2살 정도된 고양이의 85%는 이미 치아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즉, 고양이의 15%만이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가정에서 대부분의 고양이는 건식사료를 먹지만 건식사료가 치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점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또한, 건식사료의 경우 고양이에게 필요하지 않은 탄수화물이 들어있는 곡물류를 많이 사용한다. 단지 포만감을 주기 위해 탄수화물을 넣지만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입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해주는 침 효소가 없기 때문에 건식사료의 탄수화물은 그대로 이빨에 들러붙게되고 치석을 생성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기호도가 불러오는 양치질의 기적은 싫어하는 척하면서 다시 냄새를 맡고 반응을 보이는 은비를 보면 알 수 있다. )


고양이의 이빨에 치석이 쌓여가면 잇몸부터 시작해서 점차 이빨이 썩어가며 구내염이 발생하고 나아가 치아흡수병변에 걸릴 수 있다. 고양이가 아프다고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집사는 고양이가 구내염에 걸렸는 지 이빨이 썩어가는지 확인하기가 정말 어렵다. 만약 구내염이 걸렸다면 치아흡수병변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만약 치석이 쌓여서 칫솔질로는 상태가 완화되기 어렵다면 스케일링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스케일링의 경우 고양이를 마취하지 않고서는 절대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마취 후 치료가 진행되며 1~2년에 1회 정도를 시행하며 마취 후 치과 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을 실시한다. 만약 고양이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는데 마취를 하지 않고 진행을 한다는 수의사가 있을 경우 다른 병원을 찾아보는게 좋겠다.


(마치 '양치질은 싫은 데 너무 맛있어서 양치질을 멈출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은비는 양치질에 고개를 돌리다가 다시 냄새를 맡으면서 반응을 보인다.)


양치질은 매일 하루에 한번씩 해주는게 가장 좋으며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분이라면 1주일에 3회 이상을 해주는게 좋다. 처음에 칫솔을 통해 양치질해주는게 너무 어렵고 힘들다면 손가락에 치약을 묻힌다음 송곳니부분에 비벼주며 적응시켜주면 된다.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면 칫솔을 이용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고양이의 송곳니부분을 잘 닦아주면 되겠다.


(다시 양치질이 시작되니 은비는 혀로 칫솔의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으며 눈을 감아버린다.)


고양이가 거부반응이 심하여 칫솔질을 해주기가 정말 힘든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덴티스츄'라고 불리는 고양이 구강 전용 껌을 이용하면 된다. 구강 전용 껌은 고양이에게 간식겸으로 주어도 되고 정말 편리하게 고양이의 치석을 제거하고 예방하게 해준다. 다만 구강 전용 껌은 고기에서 얻은 단백질을 사용하지 않고 조단백질이라는 곡물에서 얻은 단백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땐 이빨 외에 다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고양이가 거부반응이 심하다면 집사가 고생을 하겠지만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며 고양이가 양치질은 재밌고 맛있는 일이라고 생각되게끔 유도해주는게 좋겠다. 집사의 칭찬과 사랑은 고양이로 하여금 싫어하는 일도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닭고기맛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 행복감이 퍼지는지 은비는 다시 눈을 뜨고 열심히 치약을 핥아댔다.)


만약 고양이에게 구취가 나는 경우 구내염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구내염은 혀와 잇몸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통증과 출혈을 통반하며 구취를 유발하게 된다. 구내염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FeLV(백혈병 바이러스 감염증), FIV(면역결핍 바이러스), FHV(허피스 바이러스), FCV(칼리시 바이러스)에 걸렸을 경우이다.


잠복기가 있고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재발률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고양이의 입 안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식을 많이 주는 경우 구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줄여주는게 좋겠다. 구취는 구내염이 생기고 구내염은 나아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비는 '어서 닭고기맛 치약을 내게 넣어줘'라는 듯 한쪽 송곳니를 드러내며 칫솔질을 유혹한다.)


송곳니의 양치질이 완료되면 고양이의 앞니와 어금니부분을 닦아주어야 한다. 앞니의 경우 송곳니보다 잇몸이 약하기 때문에 고양이 전용 칫솔과 어금니용 칫솔을 사용해야한다. 이러한 칫솔이 없을 경우 손을 활용하여 앞니를 닦아주면 되겠다.



우선 자신이 제일 잘 사용하는 손가락에 치약을 적당량 묻힌다. 앞니부분은 손가락으로 닦기가 매우 쉬우므로 치약 묻은 손으로 벅벅 문대주면 되겠다. 송곳니 부분을 성공하였다면 앞니를 닦아주는건 누워서 떡먹기 일 것이다.



양치질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고양이의 어금니이다. 어금니의 경우 고양이의 입 안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칫솔을 활용하면 자칫 고양이가 구역질을 하며 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어금니는 앞니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활용하여 닦아주는게 제일 좋다.


한쪽 손은 고양이의 뒷 목부분과 얼굴을 살포시 잡고 다른쪽 손은 고양이의 송곳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어금니 부분을 원형을 그리듯이 살살 문대주면 된다. 익숙하지 않은 고양이의 경우 자칫 집사의 손을 어금니로 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평소에 고양이와 친분이 있어 많이 물려본 집사라면 적응이되어 있을 것이다.


(양치질에 익숙해진 은비는 집사가 손가락을 넣어도 힘차게 물지 않는다. 손가락을 넣었을 때 야금야금 씹는 느낌이 손 끝에 전해져 묘한 느낌이 난다.)


어금니를 닦을 때 물리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 고양이를 믿고 손가락을 넣어 어금니쪽을 열심히 문대주어야 한다. 야금야금 손가락을 살살 씹는 느낌이 들면서 치약맛을 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송곳니가 주요무기이며 어금니로 물려도 그렇게 아프지 않다. 정말로 쌔게 물었다면 그 날은 고양이가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이므로 다음날 하는게 좋겠다.



치약의 사용량은 1회 1~2cm정도가 적당하며 과량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 치약의 유통기한의 경우 약 3년 정도가 보통이며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까지 열심히 사용해주는게 좋다. 유통기한은 외국 제품의 경우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쇼핑몰에서 구입 시 상세내역에서 유통기한을 체크하는게 좋다. 



고양이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다면 양치질은 필수이다. 고양이가 밥을 매일마다 먹듯이 집사의 손에는 매일 고양이 칫솔과 치약이 함께해야한다. 양치질은 몇 분 걸리지도 않고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적응이 완료되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고양이가 매일마다 하는 양치질이 재밌고 즐거운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치약 뚜껑만 열어도 쫓아오는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양치질이 고양이에게 즐거움이 되거나 싫어하는 일이 되는 것은 오직 집사의 손에 달려있다.




따라하기 쉬운 고양이 양치질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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