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지내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털빠짐부터 시작해서 집사를 자주 무는 등 고양이와의 동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털빠짐이나 집사를 무는 행위는 피해가 그래도 덜 한 편이지만 고양이가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가구나 방석 등을 긁어 손상시키는 '스크래치'는 정말 집 안 가구를 다 망가뜨릴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
가구의 벽 부분은 물론 방석에 구멍을 내거나 의자 사이사이에 구멍을 내 놓는 등 고양이가 긁지 못하는 곳은 없으며 심하면 집안 바닥까지 긁는 고양이들도 있다. 이렇게 고양이들은 왜 긁는 걸 좋아하는 걸까? 고양이들이 스크래치를 하는 이유는 바로 계속해서 자라는 발톱에 있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있다.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하여 사냥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두거나 피부에 상처를 주어 사냥감을 쉽게 잡는다. 이 발톱은 계속해서 자라기 때문에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발톱을 떼어내야한다. 그래서 온 집 안의 가구들을 다 긁어대는 스크래치를 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발톱은 사포(샌드페이퍼)로 갈아내는 것이 아닌 전에 있던 발톱을 떼어내고 새 발톱을 활용하는데 있다. 마치 뱀의 허물과 같은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발톱을 갈아낸다는 점과는 차이가 있다. 신기한 점은 고양이는 습관성 동물이라는 점이다. 긁기가 좋거나 안락함을 주는 곳이라면 그 곳만 집중적으로 가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스크래치의 경우에도 고양이가 좋아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긁어댄다. 스크래치를 하는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앉아서 바닥을 긁는 걸 좋아하는 타입으로 침대 모서리, 방석, 의자 등을 주로 긁는 방식이다. 둘째로는 벽을 대고 앞발을 들어 긁는 걸 좋아하는 타입으로 주로 가구를 긁어대는 방식이다. 고양이마다 타입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긁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스크래치를 한 곳에서만 하게끔 만드려면 대신 긁은 수 있는 스크래쳐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습관적으로 한 곳을 집중해서 스크래치하기 때문에 스크래쳐를 만들어 '그 곳이 긁기 좋은 곳이다'라고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우선 스크래쳐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앉아서 긁기를 좋아하는 타입의 경우 위의 사진처럼 박스를 이용하여 스크래쳐를 만들어야 된다.
우리집 은비의 경우 전자에 해당했기 때문에 박스 2개를 사용하여 스크래쳐를 만들어주었다. 만일 후자라면 이렇게 만든 스크래쳐를 벽에다 붙여주거나 삼줄을 이용하여 무거운 기둥에 돌돌 말아주면 된다. 박스를 이용한 스크래쳐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편하고 돈도 들지 않기 때문에 필자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우선 마트에서 박스 2개를 가져온 뒤 끝 부분을 뜯어내어 위의 사진과 같이 펼쳐준다.
그 다음 가위를 사용하여 4~5센치 높이가 되도록 유지한 뒤 가로로 길게 잘라준다. 이렇게 자를 때 매우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처음에 박스를 결 방향대로 접어서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준 뒤 잘라주면 편하게 자를 수 있다.
이렇게 잘라준 박스를 돌돌 꼼꼼하게 말아서 끝을 테이핑해준다. 처음에 자를 이용해 볼펜으로 체크해준 뒤 잘라주면 더 깔끔하게 만들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만드는 데 시간소요가 있기 때문에 그냥 대강 잘라서 돌돌 말아주었다. 이렇게 만들면 울퉁불퉁해지지만 다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귀찮은 분이라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면 되겠다.
똑같은 방식으로 가로로 자른 박스를 돌돌 말은 박스에 테이핑하여 붙착시킨 뒤 같은 방식으로 돌돌 말아서 크기를 키우면 된다. 필자의 경우 라면박스를 사용하였고 2개면 딱 적당한 크기의 스크래쳐가 완성 되었다.
집사가 열심히 스크래쳐를 만들어 주는 지도 모르고 박스가 좋은지 은비는 박스 안에 들어가서 우당탕 난리를 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무얼 하나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은비가 찍지 말라면서 나를 공격했다.
집사의 팔에는 구멍이 날 뻔 했으나 맨날 있는 일이다보니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고양이와 지내는 집사는 민첩함과 반사신경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은비도 장난이기 때문에 발톱을 확 들어내며 쌔게 공격하지 않는다.
박스 2개를 이용하여 돌돌 말다보면 크기가 제법 커진 스크래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볼펜을 활용하여 깔끔하게 잘라내면 돌돌마는데 문제가 없지만 필자처럼 대충 잘라서 만들었다면 반드시 바닥에 두고 돌돌 말아 아래쪽이 평평하게끔 만들어주는게 중요하다.
울퉁불퉁한 스크래쳐를 수정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칼이나 가위 등으로 잘라내거나 망치를 이용하여 두드려 평평하게 만들면 된다. 필자의 경우 많이 튀어나온 부분은 가위로 잘라내고 두꺼워 자를 수 없는 부분은 망치로 눌러버렸다.
이렇게 평평하게 만들어 주면 스크래쳐가 완성된다. 스크래쳐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공을 들여 만들 필요가 없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크래쳐의 경우도 동일하며 리필이나 새로 사야한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테두리 부분에 시트지를 활용하여 깔끔하게 붙여주거나 원형통을 구입하여 그 안에 넣어줘도 좋겠다.
바닥에 바짝대고 둘둘 잘 말았다면 뒤집으면 깔끔하게 되있는 스크래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스크래쳐를 만들어두면 그곳에서만 긁기 때문에 가구나 의자, 방석 등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 집 안이 넓거나 고양이의 행동반경이 넓은 경우 스크래쳐를 여러곳에 둘 필요가 있다.
은비의 경우 스크래쳐를 만들어주면 바로 이 곳만 긁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적응이 필요한 고양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적응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 방법이 있다.
스크래쳐를 적응 시키는 방법
고양이는 위에서 말했듯이 정해진 곳에서 행동을 하는 습관형 동물이다. 기호도가 높은 곳에서 스크래치를 하기 때문에 스크래쳐의 기호도를 높힐 필요가 있다.
1. 캣닢이나 개다래나무를 활용하여 스크래쳐 주변에 두거나 가루를 뿌려 고양이가 스크래쳐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경우 캣닢이나 개다래나무를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효과가 매우 좋다. 다만 캣닢이나 개다래나무는 고양이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에 이 둘을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시도해볼만한 방법이다.
2. 안식처 옆에다 두어 긁도록 유인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스크래쳐의 기호도를 높힐 수 있다. '먹이가 있는 곳', '화장실', '숨을 수 있는 곳' 등 고양이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취할 수 있는 곳에다 스크래쳐를 두는 방법이다. 특히 화장실에서는 본능적으로 냄새를 덮으로 긁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스크래쳐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3.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옆에 두어 스크래쳐의 기호도를 높혀준다. 고양이가 대표적으로 무서워하는 청소기, 대걸레 등을 활용하여 도망가게 끔 하여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준 뒤 고양이가 숨는 곳에다 스크래쳐를 두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하기 보다는 집사가 청소를 할 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 스크래쳐 만들기 요약
재료: 라면 박스 2장
1. 라면 박스의 끝 부분을 뜯어 펼쳐준다.
2. 라면 박스를 높이 4~5센치 정도를 유지한 뒤 가로로 잘라준다.
3. 가로로 자른 박스를 달팽이모양으로 돌돌 말아준다.
4. 끝을 테이핑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자른 박스를 말아서 크기를 키워준다.
후일담
다 닳아서 스크래쳐가 못 쓰게 된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날 아침에 보니 의자의 감각이 이상하였다. 모서리부분을 은비가 해체(?)하여 솜이 튀어나와 있었고 의자는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양이와 함께 동거를 한다면 스크래쳐는 필수인 것 같다. 오늘도 그렇게 은비는 스크래쳐를 만들어주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와 스크래쳐를 벅벅 긁어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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