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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꼬리에서 젖이 나올까?

모든 포유류가 그렇듯 고양이들도 젖을 빠는 시기가 있다. 젖을 빠는 시기는 약 6주에서 8주정도 된다고 한다. 정상적인 고양이라면 젖을 떼고 고형식을 먹는다. 야생에서 사는 고양이는 젖을 떼면 더이상 젖에 대해 집착을 하지 않지만 집고양이의 경우는 예외이다. 일명 '꾹꾹이'라고 하는 앞발로 누르는 행위를 성묘가 되고 나서도 하기 때문이다.


젖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새끼고양이가 어미의 젖부분을 앞발로 자극한다. 대부분의 집고양이들이 기분이 좋거나 집사가 만져줄 때 하는 행동이며 어릴적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 함을 뜻한다. 원래라면 어미가 새끼를 자립할 수 있게끔 조금씩 거리를 두지만 집고양이의 경우는 집사와 항상 함께하며 밥을 주기 때문에 집사를 어미로 생각한다.


'꾹꾹이' 외에도 젖이 그리워 집사의 옷을 빨거나 이불을 빠는 행동도 보이곤 한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성묘로 접어들면서 집고양이도 없어지는 습관이지만 걔 중 희귀한 경우 자라고 나서도 이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행동은 집사들 사이에선 '쭙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은비도 마찬가지로 어릴적 입양을 해왔을 때 쭙쭙이를 하였다. 내 배 위에 올라와 옷 사이로 내 뱃살을 누르며 옷을 빨았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옷이 젖고 한번 빨기 시작하면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이 행동을하면 은비를 옮겨두고 다른 자리로 도망갔다. 이렇게 계속 도망가기를 반복하여 더이상 젖을 빨지 않겠지 했지만 은비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날 보니 꼬리만 유별나게 축축하게 젖어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혹시나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꼬리가 물에 빠지지 않았나 걱정되어 꼬리부분을 샴푸로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여전히 꼬리부분만 축축하게 젖어있어서 의문점이 생겼다.



그러던 중 자고 있는 줄 알고 다가가서 은비를 자세히 보았는데 무언가를 열심히 빨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꼬리를 빨고 있었던 것이다. 은비는 내가 옷을 빨게하지 못하여 대체재(?)로 꼬리를 선택한 것이다. 꼬리를 젖처럼 빠는 걸 발견하고 안하게끔 하려고 꼬리를 빼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은비의 꼬리빠는 행위는 집사와의 동거 5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되었다.



꼬리를 매일매일 잘 때마다 빨아대다보니 꼬리는 다른 부분보다 딱딱하게 되었다. 마치 붓이 축축했다가 마른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딱딱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사실 목욕을 하면 원래되로 돌아오고 별다른 문제점도 없이 잘 지내기에 건강상으로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였다. 은비는 잠을 잘 때 꼭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잔다. 게다가 집사와 가족들이 잠을 잘 때는 항상 내 옆으로와서 자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옆으로 와서 잠을 잘 때에도 자신의 꼬리를 빤다. 자신의 꼬리를 빨 때 만져달라는 듯 찰싹 붙어있고 만약 내가 먼저 잔다면 나를 깨워 만져달라고 한다.



그래서 집사는 매일 은비가 자는 사이클을 맞춰주어야 한다. 먼저 자게되면 도중에 반드시 일어나게끔 집사를 깨우기 때문이다. 은비의 특이한 젖빠는 행위 때문에 오늘도 집사는 잠을 푹 자기 힘들다. 먼저 은비를 만져주어 재운 후 잠에 들어가야 되고 여름에도 붙어서 자기 때문에 매우 덥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약 2도정도 체온이 높다.


2도만 올라가도 엄청나게 더움을 느끼는데 집사는 덥게 느껴지고 은비는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집사만 고생한다. 요즘은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자기 때문에 더움은 덜한 편이지만 예전에는 정말 같이 자는데 지옥같았다.



이렇게 집사와 이불을 함께한 후 꼬리를 한참을 빨다가 잠에 들어간다. 그 때까지 은비를 만져주어야 한다. 신기한 건 평상 시에는 만져줄 때 싫은 표정을 지으며 집사의 팔을 물 때도 있는데 꼬리를 빨 때는 어딜 만지든 꼬리빠는 데 정신이 팔려있다.




그렇게 수십분 후 은비는 꼬리빠는 걸 마치고 그루밍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기가 만져달라고 해놓고 손냄새가 더러우니 그루밍하는 건 줄 알아서 기분이 살짝 안 좋았다. 하지만 찾아보니 고양이의 그루밍은 자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행위라는 걸 알았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면 안된다.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사냥감이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사와 잠을 잘 때 가까이서 그루밍을 하는 것은 집사와의 유대감이 높다는 증거이다. 고양이는 포식자이기도 하지만 더 큰 동물에게 위협을 당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루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곳을 찾게된다. 만일 집사가 잠을 잘 때 그 주변에서 그루밍을 한다면 집사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고 유대감이 깊다는 표시로 보면 되겠다.



기분 좋아진 은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을 잔다. 집사는 매일 잠을 잘 때마다 바로 못 자고 은비를 재우고 자야된다. 처음에는 엄청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니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이렇게 만족스럽게 자는 표정을 보면 흐뭇하다.




집사와의 은밀한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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